2005년 캘리포니아의 서니베일에 위치한 야후 본사에서 개발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애자일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야후가 전문 컨설턴트를 영입하여 전사적으로 스크럼과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본사와 15개국의 해외 지사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던 SW 개발 프로세스는 PDP(Product Development Process)였습니다. 2002년에 전사적으로 도입되었던 이 폭포수모델 기반의 프로세스가 무겁고 느리다는 이유로 서서히 개발팀들의 외면을 받자 야후 경영진이 고심 끝에 애자일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선택한 것입니다.
야후는 2004년 12월 스크럼의 창시자인 Jeff Sutherland를 초청해 산업계에 성공적으로 스크럼을 도입한 사례를 공유한 것을 계기로 2005년 2월에 사내에서 스크럼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4개의 프로젝트팀이 참여를 희망했고 우선순위에 집중, 자발적인 팀 협업 장려, 고객 참여 확대, 점증적인 제품 출시 등가장 기본적인 스크럼 프레임워크부터 적용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 뒤 파일럿 프로젝트 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이를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팀이 스크럼과 일부 XP 프랙티스를 포함하는 야후 애자일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부터 매년 야후 애자일 지원 부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내 만족도 조사를 살펴보면 해마다 평균 80% 이상이 애자일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 선진국의 경우 중소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HP, 모토롤라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일찌감치 애자일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포레스터리서치가 2009년 Q3에 1298명의 IT 개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5%의 응답자가 애자일 방법론을, 21%의 응답자가 반복점증 방법론을, 13%의 응답자가 폭포수 방법론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30.6%의 응답자가 정형화된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단일 방법론으로 보면 스크럼이 11%로 가장 인기가 높았고 전통적인 폭포수 방법론이 8.4%로 그 뒤를 이었다. 가트너 역시 Gartner Predicts 2010에서 2012년까지 SW 개발 프로젝트의 80%가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사용할 것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최근의 동향은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표준 방법론에 애자일 기법을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것입니다. 즉, 프로젝트 참여 인원, 응용 분야, 중요성, 혁신성 등의 프로젝트 환경에 따라 기존의 방법론과 애자일방법론은 공생하는 관계에 있으며 프로젝트 상황에 맞게 위험 수준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두 가지 방법론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이용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애자일은 프로젝트 가시성이 높아 현업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해본 개발팀의 과반수 이상이 지속적인 사용을 원하는 이유는, 사람이 기본적인 개발 주체인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엄격하고 한정된 프로세스를 적용하기보다는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환영하는 애자일 철학이 비즈니스 성공과 더불어 개인 능력의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애자일의 도입과 적용이 늦은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의 애자일 서적을 보면 애자일 기법을 책에서 가르치는 대로 따르지 말라고 합니다. 그만큼 애자일은 가볍고 유연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국내 개발자들이 책에서 애자일을 배우고 현업에서 부분적으로 적용을 시도하다가 난제를 만나면 커뮤니티에 와서 공유하는 식의 열악한 투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애자일 도입을 위한 전략은
첫째, 적절한 시간, 외부 코치, 교육자료, 내부 지원 그룹 등의 전사적인 지원 계획,
둘째, 프로젝트 도메인, 규모, 특성 등을 반영한 단계별 도입을 포함하는 유연한 도입 모델,
셋째, 전문성을 갖춘 자발적인 팀에 대한 권한 위임,
넷째, 협업을 돕는 각종 도구의 사용이다.
2000년대 초반에 국내에 상륙한 애자일이 아직까지도 개발자 커뮤니티와 일부 대기업에서의 실험적인 적용 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사적 차원의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